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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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를 때 숲을 찾자

신원섭 (충북숲해설가협회 대표)

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그리 녹녹한 것만은 아닌가봅니다. 우리의 주변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무게를 힘겹게 이고 인생이란 여정을 가고 있습니다. 또 신문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사건이 기사로 실립니다. 어떤 학생은 시험성적이 안 나와서, 어떤 젊은이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서, 또 어떤 직장인은 눈덩이 같은 카드 빚을 감당하지 못해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기의 생명을 끊습니다.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절박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가끔 삶의 무게에 힘들어합니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앞이 캄캄할 정도로 막막하기도 합니다. 삶의 무게에 대한 얘기를 어느 성직자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한 평생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갔답니다. 그곳에서 그동안 자신이 살았던 인생길이 마치 바닷가 모래밭에 발자국 같이 찍혀있는 것을 보았답니다. 자신의 발자국 옆에는 늘 하느님이 도와주고 인도해주는 발자국이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삶에서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 버거워 할 때 마다 발자국은 한개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따졌습니다. “아니 하느님, 왜 제가 힘들 때에는 저 혼자 인생길을 걷게 팽개쳐 두셨습니까?” 그랬더니 하느님께서는 “얘야, 그 발자국은 내 것이란다. 내가 너를 업고 간 발자국이지”하시더랍니다.

모름지기 어떤 심각한 상황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휘청거릴 정도의 삶의 무게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몸을 추스린 후에는 가뿐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 마치 첫사랑의 열병을 몇 십 년이 지난 중년의 나이에 담담히 회고하고 얘기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삶의 무게가 힘들다고 느낄 때는 잠시 그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그 짐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 무게는 더 무겁게 느껴지며 헤어날 방도가 없이 막막하게만 생각됩니다. 그저 캄캄한 암흑 속에 갇힌 것 만 같아서 죽음만이 유일한 돌파구처럼 생각됩니다. 힘들수록 거기서 한발자국 물러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러다보면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게 되고 여러 가지 해결 방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기 삶의 무게를 어쩌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떨쳐 내려고 절이나 교회를 찾습니다. 어떤 사람은 술로 그 괴로움을 잊어보려 애씁니다. 그러나 자기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전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문제를 찾아내 그것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세상이 변하려면 자신이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어야 합니다.

삶의 무게가 무겁고 힘들 때 숲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숲은 자기를 찾고 자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시끄럽고 너무 혼란스러워 자기의 소리를 듣기 힘듭니다. 숲은 우리의 어떠한 고민도 다 들어주고 아무리 무거운 짐도 받아줍니다. 우리가 누구이든 숲은 개의치 않습니다. 숲에서는 침묵의 고요함 속에서 자기 내면이 무슨 말을 하는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숲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나를 찾아보십시오. 숲에서 가슴을 훌쩍 열고 불어오는 바람에 그 속에 있는 응어리를 씻어보십시오. 숲에 피어있는 자그마한 야생화의 아름다운 빛깔을 보며 잊었던 인생의 조그만 보물을 찾아보십시오. 숲에서 뉘엇 뉘엇 지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회한과 반성으로 눈물이 나거든 실컷 울어보십시오.

숲에서는 인생의 문제를 여유롭게 생각하고 또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숲에 있는 동안은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나 혼자서 세상과 떨어진 단절감을 느껴봅니다. 때로는 살아가면서 이런 단절과 외로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또 가장 친근한 것으로부터의 단절은 그 중요성과 가치를 느끼게 하는 새로운 계기를 가져다줍니다.

숲에는 온갖 것들이 서로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며 존재합니다. 키가 큰 나무는 나무대로, 그 아래 조그만 나무는 그 나름대로, 또 바닥 가까이 피어있는 야생화는 야생화대로 그 역할을 하며 숲을 이루어 갑니다. 어느 한 녀석이 잘 났다고 뽐내지도 않으며 잘난 한 녀석을 시기하는 일도 없습니다. 숲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함으로서 숲을 안정시킵니다. 그래서 숲의 변화는 급작스럽지 않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숲은 그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가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숲의 안정을 방해하거나 영향을 줄때 숲은 균형을 잃고 빠르게 변화하여 파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은 사람들이 자신이 생태계의 일부란 사실을 모르고 저지르는 소치입니다. 생태계란 나무와 풀, 그리고 야생동물과 곤충 같은 생물을 비롯하여 흙, 바위와 같은 무생물은 물론이고 바람, 기후, 냄새와 같은 현상들도 포함됩니다. 이 숲에 의존해 사는 인간 역시도 당연히 생태계의 일부입니다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생태계를 벗어나 마치 한 단계 위에 군림하는 듯 생각합니다.

숲은 자연의 순리를 말없이 받아들입니다. 자기를 고집하거나 남에게 자기를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어김없이 그 푸르던 엽록소를 버리고 노란색, 발간색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리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미련 없이 자기가 있어왔던 가지를 버리고 한 생을 마감합니다. 만일 숲에서 키가 제일 큰 나무가 그 큰 키만 가지고 우쭐대며 평생을 푸르게 있겠다고 우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큰 나무에 붙은 나뭇잎이 낙엽이 되길 거부하고 계속 푸름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광합성에 필요한 양분과 물을 공급하지 못하는 겨울철 나무 전체가 살아남지 못하겠지요. 나무는 이런 이치를 거역하지 않을뿐더러 자기 몸으로 나무가 서있는 땅의 옷이 되고 거름이 됩니다.

나무는 또한 자기가 물러날 때를 잘 압니다. 수명이 다한 나무는 그 몸을 아낌없이 숲 공동체를 위하여 희생합니다. 죽은 나무는 버섯과 온갖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수많은 곤충들의 서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자기의 몸을 후손 나무가 자라나는 모판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무는 죽은 후에도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자연 생태계를 지탱하게 만듭니다. 숲은 자기가 밀알이 되어 죽음으로 번영을 가져오게 하는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숲은 자기를 과감히 버림으로서 새롭게 탄생하는 신비를 보여줍니다. 가을철 훌훌 낙엽이 되어 홀몸으로 동면하면서 겨울을 버틴 나무는 봄에는 어김없이 신록으로 단장하며 다시 새로운 삶을 열어갑니다. 나무의 동면은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새로움 삶을 위한 도약인 셈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매일 매일 안일하고 풍요로운 삶은 삶의 가치를 깊게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인생은 어깨의 짐 무게만큼 값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현명한 사람은 그 무게를 잘 이기고 그것을 인생행로를 가기위한 새로운 에너지로 삼습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어깨의 짐을 장애물로 여기고 자학하며 아둥대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그 짐이 가벼워지거나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당나귀 등의 솜짐과 같이 그 짐을 덜려고 물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인생살이가 팍팍할 때 숲을 찾아가 마음의 상념을 버리고 하늘을 바라보십시오. 나뭇가지 위에 걸쳐있는 구름이 천천히 흘러 벌써 저쪽 하늘로 내려갑니다. 구름의 형상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변합니다. 우리 어깨를 짓누르는 인생의 짐도 이와 같이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언젠가 그 짐도 시간이 감에 따라 서서히 변해서 흘러갈 것입니다.

숲에서 무심코 우리가 걸터앉은 바위는 아마도 몇 천년 또는 몇 만년의 세월을 견디어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긴 세월동안 이 바위는 온갖 시련과 풍상을 겪고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바위에 손을 얹은 다음 그 바위가 겪은 역사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주 먼 옛날 생겨난 산사태로 산 위에서 굴러 내려오다 자신의 몸이 반쪽이 된 사연을, 홍수로 몇 십리를 물살과 함께 쓸려온 얘기를 이 바위는 우리에게 얘기해 줄 겁니다. 이렇게 무심코 우리가 앉는 바위 하나, 발걸음에 채인 돌부리 하나도 저마다의 깊고 서글픈 사연을 간직하고 우리를 대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숲에서 그 지리를 지키며 자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치거나 피곤할 때 숲으로 가 숲의 기운을 흠뻑 받아보십시오. 새로운 의욕이 생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북 아메리카 원주민중에서 검은 발 부족에 속한 내 친구 하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고 피곤할 때, 숲에 들어가 듬직한 나무를 품에 안고 그 나무의 기를 받아들임으로 활력을 찾습니다. 자기 부족들이 원기를 찾는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친구를 따라 피곤하고 힘들 때는 그리 합니다. 여러분들도 힘들고 지쳤을 때 숲에 들어가 건장한 나무를 찾아 가슴으로 안고 그 나무의 기운을 한껏 빨아들이십시오. 그럼 그 싱싱한 에너지가 여러분의 몸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게 재충전하여 어깨의 짐을 가볍게 하고 인생길을 가는 지혜를 숲에서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 하모니 2009.10.19 13:00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서 가진 것 하나 없는 듯한 자신에서, 가진 것이 없는게 아니라 아낌없이 줄 의지가 없는 듯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숲치유에 대한 믿음이 숲 해설가로 출발하던 초심에서 벗어 난 것은 아닌지? 욕심을 치장한 변명은 아닌지? 숲치유와 관련하여 순수한 자원봉사활동임을 천명하였을 때, 이 일을 업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계신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지? 깊히 생각하기에 게으른 탓에 좌충우돌하는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게으름을 느끼고 생각할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하모니(김형태)
  • 야생화 2014.02.03 12:16
    그들은 숲에서 그 자리를 지키며 자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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